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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식 시집 - 아무 일 없는 듯 상상인 시선 065 | 2025년 10월 16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54쪽 ISBN 979-11-7490-014-2(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최태식 시인의 시집 『아무 일 없는 듯』은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아무 일 없었다’고 적힌 자리엔 균열과 상흔, 막 떠오르거나 꺼진 온도들이 어른거린다. 이 세계는 표면을 매끈히 봉합하는 말을 믿지 않고, 생활의 잔기술·생존의 반사신경·문명사의 비명이 스민 사물과 풍경을 앞세운다. 수건·깡통·침목·레일·폐사지·고속철·DMZ·오두산 등, 이 모두는 시대의 여러 요소를 말해주는 기호들이다. 시인은 이를 일상으로 끌어내 문명의 광장과 사적인 밀실을 왕복하며, 효율과 편의의 그늘에서 생겨난 결핍과 폭력의 문법을 여실히 까발려 내보인다. 이를테면 「수건 접기」에서 사랑은 형식미가 아니라 소모의 물성으로 증명되고, 베란다의 시듦과 호스피스의 손바닥 앞에서 ‘펴고 접는’ 몸짓은 생과 사의 최후 언어가 된다. 「1,435밀리」는 가까워지려 만든 철도의 표준궤도가 오히려 우리를 ‘나란히 달릴 뿐 만날 수 없는’ 레일로 고정하고 마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 기차」와 「깡통의 감정」은 속도·편의가 감정을 삭제하고, 내면의 공동이 네트워크의 소음으로 변환되는 오늘의 미디어 생태를 풍자한다. 문명 비판의 칼날은 「판의 명제」에서 노골적이다. 흰 닭과 검은 닭의 격투, ‘새로운 별자리’라는 선동, ‘광장을 찢는 외침’은 결국 우리의 미래를 울타리 밖으로 내쫓고 있는 모순으로 귀결된다. 분단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식도 독창적이다. 「함수지대–DMZ」는 군사어를 생태 감각으로 전치하고, ‘새를 나눌 수 없으니 땅을 나누었다’는 문장으로 부조리를 투명하게 환기한다. 「오두산」에서는 김포, 관산 노을빛이 ‘아무 일 없는 듯’ 기록되는 오늘의 현실이 사실 상흔의 연속임을 환하게 보여주고 있다. 「펀치볼」과 「몰려드는 어둠을 태우면–황토현에서」는 전쟁과 민란의 역사를 현재의 공기 속에 소환해, 해방의 환희가 또 다른 폭력의 발화점이 되는 역설을 얘기한다. 환경을 보는 이 시집의 시선은 풍자와 공포로 교차된다. 「눈먼 새」의 변종 이미지는 폐기된 존재가 포식자로 귀환하는 역침투의 공포를, 「반가운 소식」은 쓰레기를 ‘해결’하는 괴물을 상상하는 문명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언어에 대한 경계도 날이 서 있다. 「벽에 놓은 말」에서 ‘입속에 자라는 말’은 전파의 날개를 달고 타자를 짓밟고,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는 재개발·담보·유치권의 문법으로 몸과 관계가 기표화되는 현실을 폭로한다. 그럼에도 이 시집의 결론은 절망이 아니다. 「스며든다는 것」은 점령이 아닌 체류, 지배가 아닌 공명, 획득이 아닌 나눔의 윤리를 복원한다. 간병의 손, 침목 사이 거리, 김포의 노을, 「폐사지에서」의 바람과 돌탑, 이 낮은 온도의 장면들에서 미래의 감각이 발아한다. 이 시집은 거대한 선언 대신 작은 사물과 구체적 지명으로 자본의 과속, 문명의 역설, 환경의 자기기만, 분단 서사의 관성을 동시에 건드리는 의미 있는 노력의 소산이다. 이 시집 『아무 일 없는 듯』은, 언어의 호흡을 낮추고 사물의 본모습을 복원하는 노력의 성과이다. 여기서 서정은 문명의 반성으로, 풍경은 정치의 감각으로, 개인의 기억은 공동의 기록으로 전환된다. 아무 일 없는 듯 오늘을 적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끝내 배워야 할 문명의 기술이라는 것을, 이 시집은 오래,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증명한다. 우리는 광장에 환호하고 속도에 취하지만, 시는 마지막에 속삭인다, 스며들라고. ‘살며시/당신에게.’
죽은 우물을 긷고 누추한 신발을 물었다 거꾸로 걸었는데 멈춰야 하는지 나아가야 하는지 나 하나 붙잡는 데도 시간이 달아난다 하릴없이 꼬이는 나를 끌고 다닌다 미처 어울리지 못한 것들에 미안하다
최태식 · 정읍 출생 · 창작산맥 신인문학상 수상(2021) · 한국힐링문학상 수상(2023) ·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당선(2024) ·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2025) · 제16회 김우종문학상 수상(2025) · 희망봉광장 디카시 신인문학상 수상(2025) · 시집 『아무 일 없는 듯』 · 숲 생태 지도자, 한전 지사장(전) poleauror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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