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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인 시인선 090 | 2025년 10월 25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28쪽 ISBN 979-11-7490-019-7(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 이 책은 대전광역시, (재)대전문화재단에서 사업비 일부를 지원 받았습니다. 이상수의 시에는 언제나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이 먼저 도착한다. 번쩍이는 사건보다 등잔불의 떨림, 모시실의 촉감, 창호에 스미는 달빛 같은 생활의 감각이 앞서며, 그 물리적 감각들은 한 사람의 생이 버텨 낸 시간을 증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 “그리움과 사랑의 노래”라 정의할 수 있다. 그리움은 과거에 묶는 사슬이 아니라 오늘을 견인하는 힘이고, 사랑은 선언이 아니라 되풀이되는 돌봄의 습관임을, 낮지만 오래 가는 호흡으로 설득한다. 이를테면 「봄밤」의 풍경, “소쩍새 울음 꽃잎처럼 날리던 밤”에 “새끼손톱만 한 등잔불” 아래 모시를 삼는 어머니와 숙제를 하는 화자의 모습은 이 시집의 정서를 미세한 체온으로 재현한다. 기억은 때로 고통의 형태로 돌아온다. 「형상기억합금」이 말하듯 “아픈 기억은 수명이 없다.” 그러나 시는 회피나 단죄 대신 체온의 조절을 가르친다. “식어야 돌아온다/기다림이 약이다”라는 구절에서처럼 치유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시간을 잘 통과하는 생활의 기술이다. 장소의 기억 또한 이 시집의 중요한 축이다. 「칠갑산 휴게소」가 보여 주는 것은 소음이 사라진 자리의 평화가 아니라, 흥청이 빠져나간 후 남는 서늘한 무음의 상실이다. “옛사랑 앞/눈빛만 건네다가 돌아서는 중년”의 비유처럼, 떠남은 더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적절히 돌아서는 기술이기도 하다. 반면 「캘리그래피 반 사람들」은 머무는 법을 보여 준다. 퇴직자, 사장, 사모님, 동갑내기, 여대생이 모여 수다와 유머, 간식을 나누며 “그날이면 꽃이 핀다.” 상실의 시대에 가능한 공동체는, 거창한 연대의 외침이 아니라 “정신 차려 글씨나 쓰라”는 장난 섞인 타이밍, 이야기가 왕래하는 생활의 리듬 속에서 피어난다. 장소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구체적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 「수국」에서 바지락이 끓는 냄비 위로 “울컥울컥 갯내음”과 함께 몸을 여는 순간, 부끄러움과 치욕, 노출의 공포가 견딘 열기의 형태 즉, 뜨겁게 핀 꽃으로 변환된다. 반대로 「노각」은 “고서의 표지 같은 빛깔”, “와불 같은 자세”로 ‘오래됨’의 존엄을 환하게 한다. 바닥을 친 이후에도 “그대로 있는 것”을 향한 경의는, 삶의 내구성과 오래된 것들의 품위를 다시 불러 세운다. 그리고 「금강 합류 지점에서」, 갑천이 더 큰 물을 만나 “품었던 이름을 내려놓”는 장면은 이 시집의 사유를 요약해 보여준다. “비워서 채워지는가” 이 물음 끝에서 사랑은 나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나를 흘려보내는 일, 섞임을 통해 넓이와 깊이를 동시에 얻는 일임을 시인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상수의 시들은 과시하지 않는다. 사물을 먼저 놓고 의미가 뒤따라오게 만든다. “괜찮다, 괜찮다/누구든지 밟고 가라” 같은 문장은 간명하지만, 그 간명함이 가능해지기까지의 관찰과 체험의 시간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머와 비애가 한 행 안에서 마주치고, 낮은 목소리가 멀리 간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의 마음에도 몇 군데 ‘머무는 자리’가 생긴다. 휴게소의 빈 마당, 요양원의 볕자리, 합류 지점의 물결, 캘리그래피 교실의 웃음 같은 곳들. 그곳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사랑은 거창한 맹세가 아니라 “새끼손톱만 한 등잔불”을 지키는 일이고, 그리움은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려는 발버둥이 아니라 “작은 물줄기로 섞이어/훠이훠이 바다로” 흘러가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이상수 시인의 시집 『그대도 가끔 거기 머무나요』는 묻는다. 당신에게도 그런 자리가 있느냐고. 있다면, 오늘은 그곳에 조금 더 머물다 가라고.
길이 끝난 길에서 시를 만났다 시는 팔짱을 껴오며 늦은 밤의 넋두리에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스쳐 간 시간과 머물다 온 인연을 얼굴 씻겨 데려다주었다 에둘러 지은 매듭, 그립고 고마운 이들에게 기별처럼 내놓을 수 있어서 기쁘다 겨울이 오래도록 따뜻할 것 같다 2025년 가을 이상수 이상수 1957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출생. 공주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40년간 교육계에서 일하다가 유성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하였다. 2023년 호서문학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고, 호서문학과 『시삶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네이버 블로그 「시꽃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시집으로 『그대도 가끔 거기 머무나요』가 있다. 이메일: edusang@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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