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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정 시집 오늘 감정은 파란색입니다 상상인 시선 069 | 지은이 이규정 | 2025년 12월 11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48쪽 ISBN 979-11-7490-033-3(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시집 소개] 이규정 시인의 『오늘 감정은 파란색입니다』는 한마디로 “움직이는 것들의 비애”를 기록한 시집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에서 사람만이 아니라 물고기, 호박넝쿨, 바람, 물, 침대 스프링, 나비, 초파리까지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묘사된다. 시인은 이들 모두에게 꼬리와 등을 달아주고, 그 꼬리와 등에 삶의 고통과 공포, 그리고 그것을 견디는 방식을 새겨 넣는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고 나면 세상이 거대한 생물처럼 느껴진다. 어디를 만져도 아픈데, 그 아픈 곳마다 나름의 생존 기술이 장착된 그런 몸이다. 이 시집의 첫 번째 시 「오늬」는 이 시집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물고기의 꼬리에 박힌 ‘오늬’를 시위에 끼운 화살의 홈으로 규정하는 순간, 물고기는 단순한 생물이 아니라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종족”이 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디론가 향해 가야 하는 운명, 날아가면서 비늘이 돋고 지느러미가 생기고 눈이 생기는 존재. 눈물은 쓸 줄 모르지만 “앞이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화살”이라는 구절은 이 시집 전체를 통과하는 삶의 의미를 압축한다. 상처와 두려움 속에서도 방향을 바꾸며 계속 나아가는 능력, 그것이 이 시집이 말하는 생존의 형식이다. 표제시 「나의 카멜레온」은 감정을 색깔로 치환해 보여준다. “오늘 감정은 파란색입니다”라는 문장은 감정을 일종의 물질로 환원한다. 감정은 드러내기보다는 숨기고 관리해야 할 어떤 것으로, 사회적 생존을 위해 표정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파란 수염, 갈색 수염 같은 이미지는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그 수염을 통해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화자의 처지는 씁쓸하다. 카멜레온의 꼬리 쪽에 달린 스위치, 롤리팝처럼 말려 있는 꼬리는 욕망과 두려움, 변신 욕구와 발각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뒤엉킨 자리다. 이 시집의 서정 주체들은 이렇게 자기 안의 색을 조절하고, 꼬리를 말고, 스위치를 누르며 간신히 무죄를 입증해 가야 하는 존재들로 제시된다. 「호박의 클라이밍」과 「바람의 마술사」는 움직이는 것들의 비애 위에 바람의 상상력을 덧입히는 시편들이다. 난간을 타고 오르는 호박넝쿨의 몸짓에 산악인의 숨소리를 겹쳐놓는 장면에서, 시인은 일상의 사물을 기억과 공포의 절벽 위로 옮겨 놓는다. 절벽에서 고리가 끊어져 떨어진 삼촌의 추락과 난간에 매달린 호박의 흔들림이 포개지는 지점에서, 생은 언제나 추락의 공포를 안고 오르는 클라이밍으로 제시된다. 그럼에도 여물어가는 호박 안에서는 “공중을 씹는 소리”가 나고, 흔들림 속에서도 결실을 향한 운동은 멈추지 않는다. 또 한편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작품에서 썩은 과일을 찾아내는 초파리와 술병을 숨겨도 찾아내는 아버지의 장면은 우리가 숨기고 싶은 어두운 현실을 드러낸다. 썩어야 제맛이 나는 그 맛, 충장蟲葬으로 치러지는 장례 같은 술의 이미지는 쾌락과 파괴가 한 몸인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이 시집의 움직이는 것들은 이렇게 늘 비애를 달고 있지만, 동시에 끝까지 움직이며, 색을 바꾸고, 꼬리를 말고, 바람을 다시 만들어낸다. 『오늘 감정은 파란색입니다』는 감정을 일기처럼 고백하는 시집이 아니다. 대신 세계 곳곳에 박혀 있는 움직임들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그 움직임 속에 스며 있는 공포와 고통 그리고 그것을 견디는 기묘한 기술들을 끄집어낸다. 바람을 풀어내는 새, 절벽을 오르는 호박, 꼬리에 운명이 매단 물고기, 얼어붙으며 자기 분수를 지키는 물, 색깔로 살아남는 카멜레온. 이 시집은 그런 존재들을 통해 우리의 삶의 얼굴을 비추어 보여준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오늘의 감정이 꼭 파란색이 아닐지라도, 우리 안과 주변의 수많은 꼬리와 등 그리고 바람의 흐름을 한 번쯤 더 더듬어보게 만든다. [시인의 말] 마지막 종소리라고 울면서 유적을 남겼는지 모른다 몸이 기억하는 체험들 된서리를 맞고서야 향기가 깊어지는 국화꽃 자신의 몸으로 슬픔을 오므려놓고 울린 간절한 기도 꽃무늬로 더듬어 본 문장들 시집의 꽃향으로 스치길 바랄 뿐이다 2025년 저물어 가는 12월에 이규정
이규정 경기 안성에서 태어났다.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오늘 감정은 파란색입니다가 있다. 한국 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kyu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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