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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 시집 의자가 없어서 봄은 오지 않았다 제3회 선경작가상 수상집 상상인 기획시선 10 | 지은이 한정원 | 2025년 11월 28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54쪽 ISBN 979-11-7490-031-9(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시집 소개] 제3회 선경작가상 수상작인 한정원의 시집 『의자가 없어서 봄은 오지 않았다』는 그 이유를 거대 담론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의자라는 사물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계절과 삶, 시간과 슬픔의 문제를 시인은 언제나 구체적인 사물의 옆모습에서 끌어올린다. 표제작이기도 한 「의자의 엔트로피 1」은 이 시집의 사유를 가장 잘 드러내는 시다. “의자가 없어서 봄은 오지 않았다”라는 첫 문장은 계절을 자연 현상이 아니라 앉을 자리의 유무로 정의한다. 구청이 버스정류장을 하나 더 만들고, 노인들을 기다리고, “의자를 놓기 위해 정류장을 늘리”는 장면은 복지 정책의 풍경처럼 보이면서도, 실은 시간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비유이다. 노인들에게 버스정류장과 의자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는 시간의 매개체다. 이 시에서 봄이란 좋은 날씨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 “따뜻한 바닥”을 가진 의자가 열어주는 시간이다. 이 시집에서 슬픔의 근원은 단순히 상실이나 이별이 아니라, 바로 이런 시간의 비틀림에 있다. 「시간의 뒤편」에서 “기차는 언제나 방금 전 출발이었다”라는 문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 늘 한 박자 늦은 후회와 인식 속에 있음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한정원의 시에서 슬픔은 이미 지나간 것 때문에 생기지만, 그 기원은 늘 “조금 늦은”, “조금 모자란” 타이밍이다. 슬픔의 기원으로서의 시간은, 이렇게 연착된 열차처럼 우리 곁을 맴돌며 도착하지 못한 말, 미처 건네지 못한 손길의 형식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한정원 시들은 슬픔을 외면하거나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슬픔으로 슬픔을 위로하는 쪽에 가깝다. 「눈사람의 시간」에서 화자는 “떨고 있는 눈사람에게 녹지 마, 라고 말하는 대신/울지 마, 하고 증발하는 어깨를 털어주었지”라고 위로한다. 더 나아가 이 시는 우주의 작은 숲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하나의 거대한 슬픔의 회로로 묶어낸다. 소멸은 곧 귀환이고, 흘러내림은 곧 다시 모여드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슬픔의 물성을 끝까지 따라가는 것, 그래서 거기에서 위로의 길을 찾는 것 이게 이 시집이 슬픔을 다루는 방식이다. 이 시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다. 의자, 눈사람, 기차, 시계, 감자, 잉크 같은 것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렌즈이자 존재론적 장치들이다. 「잉크」에서 시인은 “내가 쓴 시는 잉크가 기억해 낸 것/잉크가 기록한 시는 나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잉크는 단지 글을 쓰게 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기억과 몸, 언어와 역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사물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은 늘 이렇게 구체적인 물질성에서 출발해, 존재와 기억, 역사와 시간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한정원의 시집 『의자가 없어서 봄은 오지 않았다』는 화려한 수사나 과장된 감정 대신, 사물의 옆모습과 시간의 뒤편에서 조용히 발생하는 슬픔을 포착해낸 시집이다. 슬픔의 기원을 시간에서 찾고, 그 시간을 견디는 도구로서의 사물들, 이를테면 의자, 잉크, 눈사람, 시계, 감자, 기차 등을 촘촘하게 배치한 뒤, 그 위에 개인과 사회, 타자와 역사, 젊은 날과 노년의 시간을 겹쳐 올린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문장은 대체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바꾸어 흐르며, 우리는 그 흐름 안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슬픔으로 겨우 위로받는 존재라고. 제3회 선경작가상 수상 시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시집은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봄은 어디서 지연되고 있는가? 지금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는 어떤 시간과 슬픔을 품고 있는가? [시인의 말] 날짜 옆에 꿈을 적는다. 날씨 옆에 약속을 기록한다. 나는 언제나 약속이 있는 사람처럼 고요의 장소로 들어간다. 2025년 11월 한정원
한정원 서울 출생 1998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으로 『석류가 터지는 소리를 기록했다』 『마마 아프리카』 『낮잠 속의 롤러코스터』 『그의 눈빛이 궁금하다』 『의자가 없어서 봄은 오지 않았다』 등 제3회 선경작가상 수상 제1회 미래시학 문학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예진흥기금 받음(2003년, 2005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받음(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받음(2022년) 현재 신세계 아카데미 시창작교실 출강 중 emily7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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