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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민숙 시집 <밤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 제6회 선경문학상 수상집 상상인 기획시선 9 | 지은이 염민숙 | 2025년 11월 24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48쪽 ISBN 979-11-7490-028-9(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시집 소개] 염민숙 시인의 『밤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는 생활의 감각으로 밤의 얼굴들을 끌어올리는 시집이다. 거창한 이념이나 추상적 어휘 대신, 손에 잡히는 사물과 장면들, 이를테면 어항 속 새우, 실비니아 쿠쿠라타, 냉면집 면수, 페스츄리 반죽, 초록색 앵무새, 침대, 의자와 그네, 눈사람, 산수유 길 등을 통해 삶의 모순과 부조리를 조용히 드러낸다. 이 시집이 보여준 이런 예리한 감각과 깊이 있는 윤리적 통찰이야말로 제6회 선경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유가 아닐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시집의 첫인상은 무엇보다 생활 감각이다. 시들은 거의 언제나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에서 출발한다. 「페스츄리 만들기」에서 화자는 “날이 차가우면 페스츄리를 만들어요”라고 말하며, 차가운 볼, 차가운 물, 찬 밀가루, 차가운 버터와 밀대의 감촉을 세밀하게 그린다. 반죽을 접고 펴고 다시 접는 반복 동작은 주방의 한 장면처럼 평범하지만, 곧 사랑과 관계의 풍경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따뜻한 오해」 역시 평양냉면집 면수라는 아주 구체적인 소재에서 출발한다. “면수는 냉면 사리를 삶은 물이다/평양냉면집에서는 주전자에 면수를 담아 준다” 같은 문장은 거의 설명문에 가깝지만, 면수를 마시라는 엄마의 말, 최루탄 냄새가 가득했던 어느 시절, 핀란드로 이민 간 친구의 기억이 겹쳐지면서 장면은 서서히 변형된다. 그리하여 평양냉면집 주전자에 면수를 담아 먼 곳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생활 세계의 작은 사물 하나가 부재와 이별의 감정을 극명하게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시편들은 도처에서 사회적 부조리를 들춰 보여준다. 특히 불평등의 문제는 표제시이기도 한 「짧은 잠」에서 선명하게 묘사된다. 이 시는 어항 위에 떠 있는 수초 실비니아 쿠쿠라타와 그 아래에 숨은 작은 새우들을 통해 삶은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누구에게나 밤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라는 문장은, 이 시집의 제목이자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 인식의 핵심을 담고 있다. 밤, 즉 쉼과 어둠, 고독과 회복의 시간이 누구에게는 지나치게 길어 우울과 고립을 낳고, 누구에게는 터무니없이 짧아 숨 고를 틈조차 주지 않는 현실. 빛과 그늘, 잠과 노동은 결코 균등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관계의 폭력성 또한 이 시집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뱀과 침대」에서 한 사람이 침대를 건너가는 모습은 “길을 다 건너지 못한 뱀”의 형상으로 제시된다. 침대는 사랑과 휴식의 장소인 동시에, 낯선 체취와 잔존하는 기억, 반복된 관계의 이력들이 스며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린처럼」에서 화자는 “기린처럼 싸워 우리는/수컷 기린처럼 온몸으로 싸워”라고 말하며, 기린, 영양, 하마, 체체파리 같은 동물들의 행동을 빌려 인간관계 속의 전투적 면모를 형상화한다. 사랑 또한 이 시집에서 온전한 결합보다는 늘 비껴 나 있거나 삐걱거리는 상태에 가깝다. 「페스츄리 만들기」에서 사랑은 겹겹이 감싸고 둘러싸는 “페스츄리 사랑”이다. 「설희」에서는 피와 딸기잼, 흰 밤과 어머니들의 계보가 겹쳐진다. “당신과 나 단일 민족이라고 자랑하지 말자”라는 문장은 혈연, 피, 민족과 같은 말들이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얼마나 쉽게 폭력과 배제를 정당화하는가를 비틀어 보여준다. 사랑은 이 시집에서, 피와 순수성의 신화를 벗겨내고 나면, 여러 겹의 침묵과 포기의 합으로 남는다. 특히 이 시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어의 어조이다. 염민숙의 시는 자주 청유형과 존대어로 끝맺는다. “의자에 앉아요”, “손을 담가요”, “손 내밀지 말아요”, “차가운 밀대로 밀어요”, “그럴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같은 문장들은, 겉으로는 상대를 배려하고 조심스럽게 이끄는 말투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 속 상황은 결코 평화롭지 않다. 이 시집에서의 청유형과 존대어는,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예의가 아니라, 끝내 좁혀지지 않는 거리, 소통 부재를 감싸는 얇은 막처럼 작동한다. 정중하게 말을 건네고, 다정하게 부탁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할수록, 인물들은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제각각의 밤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밤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를 읽는 경험은, 다정한 말투를 통해 오히려 고립과 단절을 더 명료하게 체감하게 되는 특이한 독서 경험이기도 하다. 제6회 선경문학상을 받은 이 시집은, 화려한 수사를 앞세우지 않고 생활의 언어로 세계의 모순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정직하게 증언하는 시집이다. 공평하지 않은 세계에서, 각자의 짧거나 너무 긴 밤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밤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다정한 존대어로, 그러나 결코 안이한 희망을 주지 않는 태도로, 시집은 말한다, 밤은 누구에게나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을지 모르지만, 그 밤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만큼은, 함께 나눌 수 있다고. [시인의 말] 저어새가 갯바닥을 젓듯 문장의 바닥을 저었다 때로 칠성장어 같은 문장 하나를 건졌다
염민숙 2015년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시집 시라시 오늘을 여는 건 여기까지 밤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 제6회 선경문학상 수상 yms2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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