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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정문정 시인, 시집 『내 이름을 별하라 불러 주면 좋겠어』 출간

2025.09.26

 


경남 진주 출신 정문정 시인이 신작 시집 『내 이름을 별하라 불러 주면 좋겠어』를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펴냈다.
이번 시집은 안개와 물, 흰색과 식물, 얼굴을 바꾸는 신의 기척과 일상적인 사물들 사이를 오가며 잊혀진 자아의 잔광을 섬세하게 더듬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모티프는 ‘흰색’이다. 단순한 색채를 넘어 기억을 덮고,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존재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작동 기제로 등장한다. 「흰색 유령」에서는 흰옷, 안개, 커튼, 동굴 등 실내의 흰빛이 사물의 윤곽을 지우고 우울을 불러들이는 과잉의 빛으로 표현되며, 「기억주의보」에서는 안개가 상실의 지형도로 나타난다.

화자는 “다른 것 되기”를 통해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한통속이 될래요」에서는 나무가 되고, 「캔디라이트」에서는 집 안을 유영하는 물고기와 사막 같은 공간이 공존하며, 「변검」에서는 얼굴을 바꾸는 신의 이미지로 타자가 되는 경험을 확장한다.

이러한 전략은 기억과 망각, 빛과 물, 인간과 식물·동물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시적 자아를 회복하는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

정문정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아픈 사람들을 생각하며 무릎을 낮추는 시간”을 강조하며, 자신의 눈물로 타인의 별이 더 반짝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다.

이성혁 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해 “무의식 아래 잠재된 기억을 시화하여 삶을 짓누르던 기억에서 해방시키는 시적 작업”이라며, “잠의 실로 시를 짜는 시인의 방식이 고통을 수반하지만, 동시에 자기 회복과 타인과의 공명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정문정 시인은 2020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했으며, 이번 시집은 그녀의 첫 시집으로 독자들에게 잊혀진 자아를 별처럼 다시 불러내는 시적 경험을 선사한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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